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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7 [KBS]취재파일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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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08-10-27 08:43 조회6,3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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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의 고달픈 남한 적응기

<앵커 멘트> 지난해까지 국내로 들어온 전체 탈북자 수가 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3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제 탈북자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지만 이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연착륙하기엔 여전히 걸림돌이 많아 보입니다. 남북통일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로선 이들을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느냐 여부가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으며 지금 우리가 탈북자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리포트> 탈북여성 박금화 씨는 요즘 보석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직 초보 과정이라 디자인이라기보다는 땜질로 펜던트를 완성시키는 수준에서 배워 나가고 있는 정돕니다. 넉 달 째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면서 실습을 하다 보니 이제는 제법 재미도 느낍니다. <녹취> 박금화(북한 이탈 주민): "이런 직종에 일 해보고 싶어요. 땜 하고 고리 붙이고 이런 부분에 취미 있어요. 원래 용접에 대해서 취미를 많이 느꼈거든요…" 탈북자들은 게으르고 성실하지 않아 열심히 배우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걱정했던 교사들도 이들을 대해보고는 생각이 많이 변했습니다. <인터뷰> 박유영(예림직업학교 교학과장): "남한에 내려오기 전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텐데 각오가 많이 되어있지 않나 싶어서…" 박 씨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06년, 그 동안 남편과 함께 일당을 받는 막노동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가 돈도 못 벌고 설움만 당했다고 털어 놓습니다. <녹취> 박금화(북한 이탈 주민): "저한테만 특별히 힘든 일을 시키는 거예요. (남한 사람들과)이런 차별을 하는구나. 이런 생각 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눈물도 나오고 그러더라고요.." 박 씨는 2년이 넘도록 변변한 직업조차 갖지 못한 이유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늦게나마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남한에 처음 왔을 때 적성검사 같은 것을 거쳐 자신에 맞는 직업 교육을 잘 받았으면 지금의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합니다. <녹취> 박금화(북한 이탈 주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준에서 배우게 해줘야 되는데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가위질 잘 못 하면 내보내고, 월급을 적게 준다거나 그러면 마음이 상해서 다시 나오는 사람들도 있고 (회사)그만두고..." 경기도 파주시 외곽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공장입니다. 40여 명의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박스 만들기 작업에 한창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가운데 대부분은 탈북자 출신입니다. 10여명의 남한 출신 숙련공 직원들은 탈북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일부러 고용한 것이니 탈북자들만을 위한 공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장에선 일의 효율성과 적응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일반 노동자들과 탈북자들을 한데 섞어 근무를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 효(공장 사장): "일에 대한 숙련도 뿐 아니라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결국 사람하고 부딪히면서 적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한 사람들하고 같이 붙여서 인간적으로도 서로 교류를 하고 사회성도 같이 길러지는 그런 이유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의 시스템은 북한에서처럼 적당히 시간만 때워도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탈북자들의 태도부터 바꿔 놓았습니다.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부지런히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기초 원리를 옆에 있는 동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범석(열매나눔재단 사무처장): "3개월 이상 됐는데도 아직까지 한 번도 지각과 결석이 없었고 굉장히 책임감이 강합니다. 저희가 충분히 동기 유발을 줬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나가 보니까 책임감과 그런 것은 남한 사람보다 결코 뒤지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이 공장엔 탈북자라고 해서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2개월간의 교육 기간 동안 세 번 이상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고 성실하게 수료한 사람에게만 자격이 주어집니다.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 주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강수진(탈북자 공장 직원): "마음도 편하고 일단 우리가 기술을 배워서 뭘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고 비전이 있잖아요. 그냥 남의 밑에서만 일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반장도 탈북자에요, 주임도 탈북자고...한국 사람이 아니거든요." 사회적 기업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이 공장의 설립이 가능했던 것은 한 사회복지재단이 6억 원이 넘는 초기 자본금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들의 교육 과정도 책임지고 있는 이 재단에선 이 일을 계속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100명 정도가 일할 수 있는 제 2 공장의 준공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 신도들이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는 운영비만 간신히 댈 정도의 수준이어서 더 많은 탈북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동호(목사/재단 이사장): "지금 저희 가 일 시작할 때 7,000명 이라 그래서 시작했거든요. 2,3년 안에 벌써 14,000명이 됐어요. 그런데 이들이 적응 못하면 사회적 큰 문제가 되고 나중에 통일 되면 말도 다 할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거고요." <녹취> 자 읽어봅시다. 시작.. 서울 시내에 있는 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입니다. 공을 차고 뛰어 놀만한 운동장도 하나 없는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43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동경하던 남한 사회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며 나름대로의 꿈을 키워 가고 있는 곳입니다. 남한 학생들이 다니는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오랜 도피생활로 편입 시기를 놓쳤거나 혹은 나이가 많아 검정고시가 필요한 학생들까지 이곳에 온 이유는 이들의 구구 절절한 사연만큼 다양합니다. 올 3월부터 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21살 김명준 씨는 나이가 많아 빨리 대학진학을 하기 위해 이 학교로 온 경웁니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도 있는데다 서로의 처지를 잘 아는 동료들이 큰 힘이 돼 주고 있는 것이 가장 편한 점입니다. <인터뷰> 김명준(탈북 학생): "아팠던 점을 얘기하게 되는데 저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니까 마음도 놓이고 일반 학교에선 내가 잘 몰라도 친구들이 나이가 어리니까 자존심상해 물어보질 못하고 하는데 여기선 형들도 있고 동생들도 있고 쉽게 말을 이해하니까 많이 편해요…" 23살인 이경화 씨는 북에 있을 땐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에 가기가 싫었지만 지금은 공부를 해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경화(탈북 학생): "제가 여기 나와 보니까...공부를 안 하고 살면 평생 알바나 하겠더라고요. 공부를 하면서 한국에 대해서 더 많이 배워가고…" 이 학교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연간 최소 10억 원, 이 가운데 60%는 기부금과 후원금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집에서 해 온 음식으로 학생들의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해결해가며 운영비를 아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수자(자원봉사자): "학생들을 교회에서 1년에 얼마씩 돕고 있어서 돈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주부들이니까 밥 같은 걸 해서 먹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같이 참여…" 정부 지원은 1년에 고작 천 3백만 원이 전부, 더구나 학력인정까지 못 받고 있어 20살 이상의 학생들에겐 월 37만원의 기초생활보조금조차 지급되지 않습니다. 올 초 77명의 학생들이 입학했지만 지금 43명만 남아 있는 이유도 바로 돈 문제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명숙(여명학교 교감): "본인이 생계비를 해결해야 하는데 공부를 해야지 남한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잖아요? 새터민들이 북한에선 배고파 못 살겠다고 하고 남한에선 몰라서 못 살겠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알려줘야지 스스로 살 수 있는데 지금 그렇게 안 되는 상황이죠. 그래서 장학금을 후원 받아 지급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는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한겨레 학교가 유일합니다.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며 공부하는 모든 비용을 정부가 대주고는 있지만 집단생활에 거부감을 갖는 학생들이나 도심에서 돈을 벌면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겐 적합지 않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점차 늘어나는 학생 수를 감안하더라도 한 학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보단 다양한 대안학교를 활성화시켜 통일 이후까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명숙(여명학교 교감): "남북한의 체제 차이로 인해서 교육 내용과 교육 환경이 너무 다른데요. 그것을 메워줄 수 있는 체제 전환기 학교를 설립해야 되는 거고요." 최근 이뤄진 탈북 주민들의 현황 조사를 보더라도 안정된 직업을 갖기 위해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 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실업률은 22.9%로 일반 남한주민의 7배가 넘었으며 직업 내용을 봐도 단순 노무직과 서비스직이 절반을 넘고 사무직이나 기술직, 전문직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함에 따라 탈북자의 64%가 기초생계비를 지급 받고 있는데 이는 일반 국민의 20배가 넘는 수치로 결국 우리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데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며 여야 의원 35명이 탈북자 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법 개정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송민순(의원/ 탈북자 지원법 개정 대표 발의): "충분한 직업 교육 받고 일자리 가질 수 있는 자격을 받고 사회에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수용하자, 이건 앞으로 통일에 대비하는 훈련이고 연습입니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했던 1990년대에 대량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탈북자들은 중국이나 제 3국에 머물다 지난 2000년대부터 남한으로 들어오는 숫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 북한사무소장이 최근 우리나라를 찾아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이 없으면 북한의 식량난이 비상사태로 치달을 것이라며 대북지원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최악의 식량난이 다시 발생하면 탈북자들의 수는 당연히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우리는 지금까지 남한에 들어온 만 4천여 명 보다 훨씬 더 많은 탈북자들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또 다른 소외계층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회] 김상협 기자 입력시간 : 2008.10.2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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